불맛은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거의 없는 누구나 좋아하는 맛 가운데 하나다. 그 특유의 훈연 향과 감칠맛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되었지만 당최 집에서는 불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좋아하는 불맛을 낼 수 있는지 그 원리에 대해 한번 알아보고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팁도 조사해 보았다.
불맛은 어떤 맛?
학창 시절 즐겨보던 만화영화 중에 '요리왕비룡'이란 작품이 있었다. 작중에는 요리에 불을 환상적으로 다루는 장면들이 종종 나오는데 그 음식을 맛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음식맛에 감동하여 충격에 빠지는 모습을 매우 과장되게 묘사했고(심지어 눈물도 펑펑 흘린다.) 그 장면이 아주 인상 깊었다. 필자는 아마도 그때부터 '불맛'은 '엄청나게 맛있는 맛'이라는 관념이 자리매김된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식당에 느끼는 진짜 불맛이란 무엇일까? 불맛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 맛을 인식하고 있으며 중화요리에서 나는 특유의 불맛을 광둥어에서 비롯한 말인 '웍 헤이(wok hei)'라고 불린다. 불맛은 보통 세 가지의 향이 조합되어 느껴지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첫 번째는 고온의 기름에 재료가 볶아지면서 발생하는 마이야르 향이다. 앞선 포스팅에서 설명했듯이 재료의 단백질과 당 성분이 고온에서 만나 서로 반응하면 감칠맛이 넘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마이야르 반응이 맛있는 불맛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두 번째는 요리 속에서 나오는 유증기가 불에 타면서 발생되는 훈연향이다. 이때는 단순히 불에 타는 향이 아니라 마이야르가 잘된 재료의의 맛이 기름에 녹아내린 상태에서 수분을 만나 유증기가 발생되어야 하는데, 그 감칠맛이 녹아있는 유증기가 불에 닿아 타면서 그 향이 재료에 다시 입혀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과두주 등의 술을 이용해서 유증기 기화를 촉진하기도 하는데 프랑스의 플람베와도 동일한 효과이다. 마지막으로 요리 재료가 불에 직접적으로 닿아 탄화되어 생기는 탄 향이다. 약간의 탄 맛은 풍미를 더해 줄 수 있으나 과할 경우 상당히 불쾌해지는 맛을 내므로 주의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불맛이 잘 날 수 있을까?
불맛을 잘 내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재료를 고온으로 조리할 수 있는 높은 화력이 필요하다. 마이야르 반응이 빠른 시간에 일어나면 재료의 맛은 보존하면서도 불맛을 내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서 단순히 마이야르 반응 비교되는 불맛이 생기는 비결은 고온에서 마이야르가 잘 된 재료의 감칠맛을 기름에 녹여내는 과정과 그 기름에 알코올이나 수분을 보충하여 감칠맛을 포함한 유증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 그리고 그 유증기에 불을 입혀 타는 향을 다시 재료에 입히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보통 불맛은 돼지고기와 같은 육류에 가장 잘 어울리며 맛을 내기가 쉽다. 물론 숙련된 요리사는 해물과 야채 등 다양한 음식에도 불맛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집에서는 높은 화력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잘 달궈진 팬에 간장이나 설탕을 첨가하여 마이야르를 증폭시키고 캐러멜라이징 효과도 함께 활용하면 불맛을 내는데 도움이 된다. 가정의 약한 화력을 보조해 주기 위해 토치를 사용할 수도 있으며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음식 위를 불로 태우는 것이 아니라 마이야르가 잘 된 요리에 물과 기름에 의해 발생된 유증기에 불을 붙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단순히 음식이 탄화되어 나는 탄맛이 아닌 우리가 원하는 깊은 풍미의 불맛을 낼 수가 있다.
집에서 따라 하기 가장 쉬운 방법
제대로 된 불맛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불을, 그것도 매우 강력한 화력의 불을 다뤄야 한다는 점이 일반 가정에서 따라 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가정에서 업장과 같은 화구 없이도 불맛을 내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불맛 향미유를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꽤나 만족스러운 불맛을 내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는 이미 다수의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소개되었던 방법이며 대표적인 제품으로 sias사의 '화유'가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상품들이 시중에 나와있는데 해당 제품이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불맛 향미유는 다양한 야채들을 고온에 볶은 후 그 향을 기름에 녹여내는 방식으로 제조되었다고 하며 필자도 유튜브를 보고 알게 되어 하나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일례로 집에서 짬뽕을 직접 만든 후 화유를 한 수저 넣었더니 교동짬뽕의 그것과 매우 흡사한 불맛이 나 매우 놀랐던 경험이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향미유 특성상 열에 의해 향이 줄어드므로 조리를 마친 후에 적당량 첨가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 음식을 하기 전에 파기름을 내주는 방법도 불맛을 내는데 약간의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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